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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청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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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3.8

일상 / 2013. 3. 8. 19:57

다른 방식이 아닌 오직 특정 방식으로만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추론의 과정으로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런 접근방식을 철학자들은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inference to the best explanation)'이라고 부른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44p. - 45p.)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박정일 교수가 옮긴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고찰'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몇달 전에 읽었던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저 구절이 생각났다. 왜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수학의 기초에 관한 고찰(Bemerkungen über die Grundlagen der Mathematik).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느낌을 갖고 있는 사진을 찾을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느낌이 비슷한 원서로 갈음한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인데, 그때는 사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의문만 잔뜩 품고 책을 닫았었다. 이런게 진짜 수학이라고?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수학에 가장 흥미를 두고 있는 고등학생의 패기였다고 할까? 몇 년 지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책이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 참 놀랍다. 요새 자괴감도 적잖이 느끼고 회의감도 많이 느끼고 했는데, 좋은 자극제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즐겁다.



세 가지 정도가 생각난다. 첫째로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 전체를 읽은 것은 아니고, 잠깐 뺏어서 읽은 것이기에 한 문장 정도만 생각나는 것인지만, 선대 연구자들의 결과물이 일종의 숙명으로서 다가와야지만 직업으로서 학문을 할 수 있다던가? 정확히 그 구절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둘째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안타깝게 한역본은 읽어보지 못하고 영역본만 읽어보았다. 그것도 완전히 읽은 것은 아니지만!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책을 시작한다. 'This book will perhaps only be understood by those who have themselves already thought the thoughts which are expressed in it—or similar thoughts.' 셋째로 누군가가 관악모둠강좌에서 들은 이야기라 전해준 이야기. 박사 학위를 얻기 전까지 '이것은 이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는 것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논리철학-논고'의 본문을 처음 보았을때의 충격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평소에 상상만 해오던 철학적 전개방식이었다. 구성뿐 아니라 내용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오래 전에 덮었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고찰'을 다시 핀 시점에서 더 큰 것이 밀려드는 기분이다. 숙명으로 다가오는 학문, 그 숭고함! 선대 연구자와의 시간과 공간을 건너 뛴 교감, 이 세상에서 나만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는 즐거움. 그와 동시에 밀려드는 천재들에 대한 두려움까지. 대학 입학 후 처음 들은 미적분학 수업에서 자괴감이란 무엇인지 여실하게 느끼게 되었었지. 이현세씨는 천재는 그냥 보내주고 묵묵히 노력하라고 얘기하던데, 글쎄. 아직 내게는 잘 와닿지 않는 말이다. 무언가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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