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석, <선형대수와 군>
86p.
(전략) 독자들이 지금 "애당초 모든 유한 차원 벡터공간이과 isomorphic 하다면, 다시 말해 모든 f.d.v.s.가 과 이름만 다르고 사실상 같다면, 도대체 거창하게 벡터공간이니 선형사상이니 고생하며 배운 이유는 무엇인지? 결국은 만 알면 되는 것을!"이라고 항의하는 것은 매우 자연自然스럽고 한편 일리一理가 있다.
그런데, 지난번(2장 3절) 항의 때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독자들도 느낄 것이다. 지난번에는, ,,등을 각각 공부하면 될 것이지 골치아프게 새로운 추상적인 용어들만 도입하느냐고 항의하던 것이 이제는 만 공부하자는 주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abstract language 가 갖고 있는 힘이다. 이제 우리는 그 누가 어떤 (유한 차원) 벡터공간을 갖고 오더라도 그 구조를 이미 알고 있게 된 것이다.
즉, 모든 n-dimensional vector space 는 identify할 수 있게 된 것이다(우리의 철학II). 다른 말로 표현하면, dimension 은 f.d.v.s.를 완전히(up to isomorphism) 결정해 주는 invariant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난번(2장 3절)의 항의
32p.
독자들 중에는 왜 별 의미意味도 없어 보이는 vector space, subspace 등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붙들고 늘어지는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를 공부하려면 를 들여다보면 될 것이고,를 알고 싶으면 를 들여다보면 될 것이지 골치 아프게 새로운 용어들만 도입하느냐고, 이건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고 항의할지 모른다. 그런 독자들은 지금 '달리기 훈련'중임을 기억하기 바란다(머리말 참조). 이러한 추상화抽象化가 앞으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게 될지는-즉, 왜 그토록 '달리기 훈련'만 받았는지는- 훗날…….(대개 감독들은 달리기 훈련 중에 항의하는 선수를 별로 예뻐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추상화는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추상적인 개념들이므로, 저자는 이 책을 '가상세계假想世界를 다룬 이야기책'이라고 부른다. 추상적인 용어 하나 하나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학부 대수학 강의]가 끝날 때쯤에는 이런 별 의미 없는 용어 수백 개(!)가 모여서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머릿말의 이야기
iv p.
우리는 이미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마치 축구선수가 되려는 후보선수에게 감독이 달리기 훈련만 시키는 것과 같다. 왜 달리기 훈련만 반복했는지는 훗날(어쩌면 먼 훗날) 축구선수가 된 후에야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언어 책이며 이야기 책이다.'는 말이 책의 첫번째 줄거리가 끝나는 순간에서 온 몸으로 와닿는다. 어릴땐 문제가 있으면 답이 딱 나온다는 것을 수학의 재미로 꼽곤 했었는데, 어쩌면 그때의 나보다 꽤나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이 참으로 즐겁다.
더불어 김홍종, <미적분학>을 볼 때와 같이 느껴지는 책 곳곳의 농담과 감각적인 말, 결정적으로 해당 과목에의 저자의 통찰이 느껴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압권이다. 기본적으로 이인석의 책이 '강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점이 부각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너무 좋다. 이 기분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게 아쉬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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