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인간과 동물> 中 개똥지빠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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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이 이렇게 처절한 삶을 살아야 되는 이유를 미국에 사는 개똥지빠귀를 관찰해보면 잘 알 수 있지요. (중략) 이른 봄이 되면 수컷이 먼저 날아와 영역을 확보하느라 서로 싸웁니다. (중략) 암컷들은 제일 좋은 지역을 차지한 수컷에게 몰립니다. 변두리 영역의 수컷의 본처가 되기보다 좋은 영역을 차지한 수컷의 후처로 들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요. 워싱턴대학의 연구진이 아주 짓궂은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지역을 차지한 수컷을 잡아 불임수술을 시켰습니다. 불임 수술을 받은 수컷 영역에 둥지를 튼 암컷들은 새끼를 못 낳을 텐데, 조금 지나니까 새끼를 낳아 잘 키우더라는 겁니다. 그 부자 수컷의 집에 들어가서 재물만 이용하고 새끼는 옆집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낳아 키웠다는 얘기지요. 이처럼 재물을 모아야, 속된 말로 출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컷은 어느 세계에서나 그렇게 싸움을 하고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 세계도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듭니다. (중략)

워싱턴대학 연구진이 진행했던 실험에 관한 보고서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