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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청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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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의 출발점이 철학적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래에 관한 생각 자체가 시간에 대한 성찰과 현재에 대한 반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SF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관점이 달라졌다. 이제는 내용 못잖게 비주얼이나 디지털 기술이 펼치는 상상력을 즐긴다. 상상의 세계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그래픽 이미지가 관객들의 새로운 체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에 따라 영화 평이 달라지기도 한다.
SF 영화의 출발점이 철학적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래에 관한 생각 자체가 시간에 대한 성찰과 현재에 대한 반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SF 영화가 겉 구조는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 깊은 철학이 내재해 있는 이유다. 
최근 개봉한 SF 영화 ‘오블리비언’은 할리우드의 아이콘 톰 크루즈가 출연한다는 것과 첨단 기술로 이뤄진 디테일에 대한 기대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블리비언은 ‘망각’이라는 의미. 제목에서부터 잠재의식 속 기억과 현실세계의 대립이 핵심 코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내용의 철학성과 디지털 기술 모두에서 어느 정도는 기대에 부응한다. 하지만 기존 SF 영화와 겹쳐지는 장면이 많다는 점에서 범작(凡作)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외계인 침공으로 인한 지구 최후의 날 이후,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인 잭 하퍼(톰 크루즈 분)의 이야기에 집중된다. 그가 지하조직에 끌려가 만나게 되는 리더 말콤(모건 프리먼 분)과의 대면 장면은 ‘매트릭스’에서 토머스와 모피어스가 만나는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매트릭스에서 토머스가 모피어스를 만나 자신의 현실 인식은 주입된 것에 불과하며 실체는 인공지능의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콤과의 대면을 통해 잭도 진실을 알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잭의 정체성이 밝혀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지나간 장면의 의미들을 재구성하면서 봐야 한다. 과거의 기억이 꿈이나 플래시백을 통해 단편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다음에야 완전한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은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러나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암흑세계)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숲 속 자연의 생명이 숨 쉬는 공간이며, 자주 접하는 현재의 사랑보다는 과거 사랑의 기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잭은 과거 지구의 자연환경과 똑같이 재현해 놓은 호숫가 작은 집에서 짬짬이 올드팝을 들으면서 쉬며 위안을 받는다. 잭이 타고 다니는 최첨단 특수비행선 버블십의 조종석 앞에는 잭의 수호신 같은 엘비스 프레슬리 인형이 놓여 있다. 또한 상부가 지시한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동료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와 정체 불명의 우주선에서 나타난 기억 속의 아내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분) 사이에서 잭은 단호하게 줄리아를 선택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첨단 기술의 극단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인간은 기억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즉 인류는 점점 발전해가는 기술력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를 힐링해 주는 것은 아날로그 문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오블리비언은 내용적 측면에서는 기존 SF 영화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러나 태곳적 대자연과 디테일한 첨단 디지털 영상의 극적 대비를 통해 대자연의 숭고함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살 만하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04호(13.04.24~04.30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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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이청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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