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부 강간죄' 공개 변론 "갑론을박"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serial=74354
생각건대는 명백한 문제지만, 변호인측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생각해봄직하다. 과연 진술을 통해서 부부사이 강간의 발생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곧, 동거의 의무가 있고 상습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사이에서도 그 관계가 강제에 의한 것임을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정보호 처분이 내려진다면, 과연 그 부부사이가 어떻게 개선될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결국 형법상 부부 강간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연스레 가정 해체의 길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개선은 강간의 가해자가 상대방의 성과 성관계에 대해 생각을 바꿈으로써 이루어질텐데, 과연 그것이 치료나 감호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성'이라는 문제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민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검찰 측에서 말하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부관계를 자유로운 선택행위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은 참으로 옳다. 이 문제는 근원적으로 부부사이에 강간이 성립하는가?라는 질문인데, 처라는 법률적 개념은 여성이라는 개념과 별개의 것이기에 그러한 의문 자체가 생겨나는 것이 일종의 아이러니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양형상 불균형이 생길 것이라는 질문은 참으로 놀랍다. 기사를 읽는 내내 이러한 걱정은 못했었는데,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해낼 수 있는 것인지. 단순히 성을 공격하는 것을 넘어 가정의 파괴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특수성에서(성폭력 특례법에서 친족을 가중처벌하는 이유를 아직은 잘 모르기에 내 생각만 적어두었다.)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이 가해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보여지나, ('강간'이라는 죄의 종류가 같으므로 양형의 수준이 잘못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한편으로는 처를 강간하는 것이 길가는 여성을 강간하는 것 보다 더 잘못한 것이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도 생각된다. 상습적으로 관계를 맺던 사이가 오히려 더 문제라는 것은 분명 고민해봄직한 문제이다.
어쨌든 대한민국에선 가족 구성원을 개개인으로 보는 것 보다 하나의 유대로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이것이 화두로 올라오게 된 것 같은데, 이런 사례를 통해서 구성원 각자가 각자로서 존중받는 사회가 열리길 희망한다. 아래는 기사의 발언들을 정리해둔 것이다,
신용석 변호사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강간이 주장될 것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부강간의 특성상 남녀 진술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실체적 발견이 어려워질 것"
"우리나라 형사통계에서 사기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사의 형사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통계 수위를 강간죄가 차지할 것"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은데, 국가에게는 혼인 파탄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다"
"부부강간의 현상이 존재한다고 해서 형벌이 부부 침실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윤용규 강원대 로스쿨교수
(2009년 부산지법에서 부부강간을 인정하자 자살한 피고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 사안은 구성요건을 확장할 문제가 아니라 치료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초기에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가 형법이 모든 걸 떠맡게 된다면 형법 이전에 사회정책을 찾는 노력없이 처벌이 강화돼 신 응보형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것"
이건리 대검 공판송무부장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동거의무를 근거로 주장되는데, 민법상 동거의무는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강간을 수인해야 할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결혼한 여성은 처 이전에 성적 결정권을 가지는 한 사람이고,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
"가정폭력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피고인을 구속하거나 가정을 해체하는 쪽으로 강간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사건에서 사건의 성질과 동기, 행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이 아닌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와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보호사건'제도를 두고 있다.)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교수
"부부사이의 강간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고, 강간죄의 대상에 법률상의 처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부관계를 자유로운 선택행위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
"개별사안에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는 있고, 배우자를 강간하는 가정이 실질적으로 건강한 가정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가정유지를 원한다면 보호조치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강간죄의 객체에서 배우자를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신영철 대법관
"남편으로부터 야만적인 성행위를 당한 부인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다음, 자식들이나 자기 장래를 생각해 가정을 유지해야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가정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도 남편을 처벌해야 하느냐"
이상훈 대법관
"그릇이 금간 경우 새로 떼워서 쓸 것인지, 버리고 새로 사서 써야 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폭력있는 가정은 회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민일영 대법관
"아내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이게 침해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입장인데, 친족간 성폭력은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어 처를 강간하면 일반 형법조항이아닌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돼 양형상 심한 불균형이 생길 것 같다"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법원 2007다52287 판결 : 콘택600 사건 (0) | 2013.05.03 |
---|---|
대법원판례 2003다16771 : 자동차 급발진 사건 (0) | 2013.05.03 |
민사소송법 제 202조(자유심증주의) (0) | 2013.04.30 |
2013.4.25 제 50회 법의 날 (0) | 2013.04.26 |
목사 설교중 ‘성적 수치심’ 발언 징계, 법원 ‘적법’ 판결 (0) | 2013.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