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space)란 무엇인가? : metric space, topological space의 사례
※ 필자는 학부 4학년으로 아직 수학적 수준이 형성되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상태이다. 그러니 본 글의 내용이 모두 참 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기는 바라며, 단지 배움의 과정에서 갖게 된 일종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주길 희망한다.
모든 것에 앞서서, 우리의 마음의 고향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지각할 수 있는 것을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곧, 자연을 움직이는 법칙(이는 물리 법칙보다 더욱 큰 개념이다.)이 우리의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법칙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바, 인간에게 있어서 세계란 x좌표, y좌표, z좌표의 세가지 정보만 주어지면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힘입어 시간 또한 세계를 구성하는 x좌표, y좌표, z좌표 못지 않게 중요한, 더 나아가 완전히 동등한 하나의 축으로 여겨져야한다는 것이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있다. 흔히들 생각하는 '시공간'이라는 개념이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가 된 것(물론 4개의 축이 독립적으로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차원에서 그런 말이 사용되는 것은 아닐테지만.)이 바로 그러한 모습의 투영일 것이다. 이러한 세계의 '4차원성'을 나타내는 수학적 공간이 바로 '민코프스키 공간'이다. 이에 대하여는 자세히 술하진 않겠고, 다만 기존의 에 시간축이 더해진 것이라고만 언급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세상을 이해할때 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 때로는 에서, 혹은 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며 이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이런 사례는 물리학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뉴턴역학(고전 역학)의 오류를 지적했지만, 그럼에도 뉴턴역학이 이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직관에 잘 드러맞는다는 등의 시덥잖은 이유로 보기에는 어렵다. 실제로 갈릴레오 이전에는 힘이 더 이상 가해지지 않는다면 움직이는 물체는 정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는데, 이것은 우리의 상식에 잘 드러맞는다. 곧, 굴러가고 있는 것에 힘을 더 가하지 않는다면 금방 멈추고 만다. 그러나 이것은 마찰력이라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던 데에서 발생한 오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례가 모두 오류가 발견된 세계를 보는 눈이었을지언대, 한쪽은 퇴출되고 한쪽은 여전히 그 권위를 인정받는 까닭은 무엇인가?
차이가 만들어진 위치를 한마디로 하자면 '유용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용성이란 한마디로 하자면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니 복잡하지 않고 편리하더라.'는 것이다. 뉴턴 역학의 유용성은, 양자역학이 만들어내는 오류를 미리 상정해둔다면, 거시적인 세계의 움직임을 꽤 잘 설명한다. 힘이 있다는 것은 '가속도'가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곧, 등속운동하는 물체에는 힘이 가해지지 않는다. 어떤 사물에게 작용하면 반대로 그 사물은 같은 크기의 방향만 반대인 힘으로 반작용한다. 이런 거시적인 움직임은, 미시적인 오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내한다면, 꽤나 정확한 세계를 보는 눈을 제공해준다.
그런바, 는 세상의 '공간적' 측면에만 집중해서 보는 틀이 된다. 비록,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면 공간이 뒤틀리겠지만, 그런 오차가 발생할 것을 미리 감내한 상태에서 하는 에서의 운동의 분석은 꽤나 정확한 정보를 준다. 비록 이 세상에 두께가 없는 것은 없지만, 어떤 공간의 단면만 보기 위해서 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두께가 실제로는 있지만 그것을 무시하는 데에서'오는 오류를 감내하더라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분석은 그 자체로 의미와 유용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머지 요소가 고정됐다는 바로 그 '감내'아래에서는 논리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준다.
그런 바 우리가 다양한 공간을 정의하고 그 정의 아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우리가 관심을 가질 대상을 정하고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약속과 그 약속 아래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metric space(거리 공간)에서는 metric(거리)라는 개념에만 주목하여 분석하는 것이고, vector space(벡터 공간)에서는 vector(벡터)라는 개념에만 주목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목이 결정되는 것은 상당히 민주적이라고 할만하다. 생각해보자면 metric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이미 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와 같이 굉장히 자유로이 쓰고 있는 개념이다. 그런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리의 개념을, '두 직선 사이의 거리', '직선과 곡선 사이의 거리'와 같이 자연스레 확장시키며, 이러한 확장 가운데서 유지되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유지되어야만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바로 metric space의 정의를 완성시킨 것이다. 요컨대,
(1차원 혹은 2차원, 3차원) 공간에서의 거리 개념 -> 임의 차원 공간에서의 거리 개념 -> 임의 공간에서의 거리 개념
으로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topological space의 경우엔,
(1차원 혹은 2차원, 3차원)공간에서의 거리 개념 -> (1차원 혹은 2차원, 3차원) 공간에서의 '열림' 개념 -> 임의 공간에서의 '열림' 개념
으로 확장해나가며, 열림(open)이라는 것이 가진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가하는 고민 끝에 얻어진 결과인 것이다. 구(sphere)형의 모양이어야 한다는 것이나, 껍데기는 비워져야한다는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우리의 관심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우리가 보려는 '열림'이라는 성질에만 주목한 결과이다.
이러한 작업을 수학에서는 '추상화' 혹은 '일반화'라고 부른다. 도대체 본질이란 무엇인가? 하는 끝없는 질문에의 대답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본질이 다분히도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기때문에, 그러한 '구체'를 제거하고 끊임없이 내부를 관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요컨대, 추상화의 과정은 본질로 나아가는 길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